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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찾아가다②
2016.08.17 | 게시자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15669

“센터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금천직장맘  처음에는 직장맘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자신 없어 하다가, 같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좀 더 용기를 얻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나요?


김명희  우리가 지속적으로 상담을 진행해주면 그것 자체로 안정감을 느껴요. 지지받는다는 느낌, 내 편이 든든하게 있다는 느낌인 거죠. 센터 덕분에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사실 그 분들이 원하는 건,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지해 주는 거거든요. ‘이 사람한테 내 문제를 맡기면 정말 잘 해결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당장 심리상담을 연결해 드리지 않더라도, 상담 받다가 힘들어서 울거나 하면 그 순간에 해야 할 조언이 있어요. 예컨대 지금 심리적으로 이러이러하신 것 같으니까 너무 힘들 때는 음악을 들으시라든가 호흡을 어떻게 하시라든가.


금천직장맘  그렇게 힘들어하셨던 분들이 나중에 연락해서 문제가 잘 해결됐다거나 큰 힘이 됐다거나 하실 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끼시겠죠?


김명희  그렇죠. 당시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으니까. 고맙다는 말을 꼭 안 듣더라도 우리로서는 모든 문제를 다 짚어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왔으니까 여한이 없어요. 어떤 분은 센터에 뭐라도 사들고 오시겠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그러실 필요 없다고 만류하죠.(웃음) 또는 나중에 다른 문제 때문에 다시 상담 받으려고 전화하셨을 때, ‘지난번에 그 문제는 이러이러하게 해결이 됐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하고 얘기를 하시기도 해요.


황현숙  아는 사람이 여기서 상담을 받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됐고 상담을 정말 잘 해줬다 하더라, 그래서 나도 여기 전화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김명희  그런 분들한테는 ‘아, 그러셨어요. 어느 분한테 소개받으셨어요? 그분이 말씀하셔도 된다고 하셨으면 저희한테 알려 주세요.’ 하고 물어보기도 해요. 그러면서 좀 더 친밀감이 형성되죠.


금천직장맘  상담 외에 교육이나 직장맘 커뮤니티 지원 등의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김명희  2012년도 말부터 ‘찾아가는 교육’을 먼저 시작했어요. ‘찾아가는 교육’은 대상자 맞춤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건데, 노동법률 교육, 심신치유 요가 프로그램, 부모 교육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고요. ‘찾아오는 교육’은 우리의 기획 내용을 보고 필요하신 분들이 신청하는 일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인데, 처음에는 교육을 실시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2013년도부터 진행해 왔죠.


황현숙  그리고 센터 설립 초기부터 직장맘 당사자들의 교류나 상호지지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했어요. 센터 안에 ‘맘카페’를 운영하면서 직장맘들이 모여 있는 다양한 온라인 카페들에 알리고,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하도록 공간도 제공하고요. 2014년부터는 공모를 통해서 직장맘 커뮤니티 지원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찾아가다②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주최한, 직장맘 대상의 노동법 교육 현장 모습


직장맘의 경력단절,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가?


금천직장맘  4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이런 부분은 조금 나아졌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나요? 사회적으로나 직장맘들이 실제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있어서나.


김명희  센터에 대한 언론 보도도 많아지고 활동이 알려지면서 직장맘들이 좀 더 쉽게 센터를 찾게 된 점과 ‘직장맘’이라는 명칭 자체가 일반화된 점을 들 수 있겠죠. 예전에는 ‘직장맘’보다는 ‘워킹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는데, 4년여 만에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직장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는 점은 우리 센터의 공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전국 각 지자체에서 우리 센터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직장맘 당사자를 지원하는 곳이 이렇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경력단절 예방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 우리를 통해서 보는 것 같아요. 정부 부처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비록 여전히 ‘저출산’ 문제에 초점을 두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벌이 하면서 아이 낳을 마음을 먹게 하려면 직장맘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는 귀결이 된 거죠.


황현숙  전국의 지자체에서 '직장맘지원센터'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런 사업의 의미들을 이해하고 비슷하게 시도하려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금천직장맘  육아휴직 등에 관한 남성들의 상담은 늘어나고 있나요?


김명희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예요.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하려면 회사와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 지 물어보신 분, 육아휴직을 어렵게 얻어낸 후 복귀했는데 원거리 배치 끝에 해고당했다면서 대응방법을 물어보신 분, 배우자 출산휴가는 어떻게 사용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신 분 등 다양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문을 열 직장맘지원센터에 바란다


금천직장맘  서울시만 해도 저희 금천직장맘지원센터를 포함해 앞으로 4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라 하고, 지역에서도 이 센터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서 많이 찾아온다고 앞서 말씀하셨는데요. 앞으로 생겨날 센터에 꼭 필요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황현숙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죠. 그리고 ‘일하는 사람’의 가치며 모성권이며 일·가정 양립, 이런 문제들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지 말고 전반적으로 같이 놓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명희  우리가 제도 개선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국회의원과 논의해서 법안도 발의하고 했는데요. 그런 작업을 하면서 늘 느끼는 건, 그게 아주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에 대해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보완책들이라는 점이에요. 앞으로 육아휴직이 3년으로 늘어나면 참 좋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이라도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리자는 얘기는, 현장에서 볼 땐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거든요.
남성 육아휴직도 마찬가지예요. 가정 내에서 역할 분담을 하잖아요. 여성이 꼭 육아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엄마가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장맘들도 육아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시키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면 곤란하다는 거죠.
그리고 앞으로 직장맘지원센터들을 더 설립할 지자체에서는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살폈으면 좋겠어요.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센터를 방문하시면, 저희가 그분들에게 늘 말씀드려요.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센터를 만들었다고 홍보만 마구 하면 ‘이런 걸 만들어놓고 이렇게밖에 못 하냐’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다급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전화하는 여성들은 조금이라도 성의가 없거나 대충 하거나 짜증스럽게 대하거나 하는 걸 금방 알아차려요.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죠.


[인터뷰]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찾아가다②


금천직장맘  마지막 질문입니다. 직장맘을 더 잘 지원하기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와 위탁기관인 센터가 협력하면서 체계를 갖춰 나가려면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까요?


황현숙  사실 우리 센터도 현재 상태에서 꾸려 나가기에 벅찬 부분들이 있습니다. 서울시 직장맘들을 위해서 인력과 재정, 시설 등을 좀 늘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 있는, 지금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 나갈 현실적인 집행 체계니까요.
현재 서울시에는 경력단절 예방을 지원하는 집행부서가 없죠. 중앙정부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직장맘지원센터를 만들었는데,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집행체계를 만들고 내용을 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명희  더 구체적으로는 서울시에 ‘여성 노동’을 관장하는 부서가 확실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여성가족정책실 안에서도 담당 부서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우리 센터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면 제대로 맡아서 지원해줄 부서도 있었으면 합니다.


황현숙  현재 서울시의 여성 일자리 관련한 부서는 재취업 중심으로 다루고, 노동정책과에서는 일하는 여성의 특성에 맞는 지원을 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다루는 부서가 없어요.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정책 범주 내에서 활동하느라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시의 담당 부서나 주무관까지 자주 바뀌면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도 시간을 투여해야 하니까요. 시에도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금천직장맘  앞으로 저희 금천직장맘지원센터가 할 일도 많고 직장맘지원센터들이 함께 헤쳐가야 할 일들도 많을 텐데, 오늘 들려주신 경험과 조언을 마음속에 잘 담겠습니다. 시간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질문&정리: 조지혜(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 기획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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