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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영화 소개] 내일을 위한 시간
2017.07.28 | 게시자 금천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153

영화가 시작되면 침대에 누워 있던 한 여자가 지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이름은 산드라. 오랜 휴직 끝에 복직을 앞둔 공장 노동자이며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걸어온 갑작스런 전화에 산드라는 크게 동요한다. 자신을 복직시킬 것인가, 다른 직원들에게 보너스 천 유로를 지급할 것인가를 두고 회사에서 투표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업반장이 몇몇 직원을 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산드라의 남편과 동료는 포기하고 싶어 하는 그녀를 간신히 설득해 사장에게 재투표를 부탁하게 한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재투표가 예정된 월요일을 앞둔 이틀 동안, 산드라가 동료들을 차례차례 찾아가 보너스 대신 자신의 복직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을 다룬다. 나이도 성별도 다 다른 동료들에게는 제각기 보너스를 택한 절박한 이유가 있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내가 실직한 사람, 남편과 이혼한 뒤 새출발을 할 돈이 필요한 사람, 퇴근 후 식료품점에서 몰래 일하며 ‘천 유로면 일년치 전기세와 가스비를 해결할 수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느냐’는 사람... 다들 비슷한 형편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동료들 앞에서 산드라는 간절하게 말한다.

“나는 이제 건강해졌고 다시 일하고 싶어요. 나도 돈을 벌어야 해요.”


산드라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까지 쏟으며 ‘보너스를 택하고는 계속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당신한테 투표하겠다고 말하는 동료가 있다. 그러나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젊은 동료는 ‘당신이 복직하길 바라지만, 작업반장이 두려워서 당신한테 투표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하며, 또 한 동료는 ‘나는 보너스에 투표하겠지만, 결국 보너스를 놓치더라도 당신이 복직했으면 좋겠다’면서 힘겨운 표정으로 산드라의 눈을 피한다. 물론 “당신 없이도 일이 돌아가는데 회사가 왜 복직을 시키겠어?” 하고 내뱉는 동료도 있다. 인원이 줄어서 잔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산드라의 말에, 그러면 수당이 나오니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느냐는 냉정한 반응이 돌아온다.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이 상황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들도 모르는 게 아니다. 산드라가 맨 처음 마주한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보너스를 택한 거야. 선택을 강요한 건 사장이지.”

실제로 회사의 사장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영화의 시작과 끝, 산드라가 재투표를 부탁하러 갈 때와 재투표 결과와 관련해 ‘고용주로서의 결정’을 통보할 때뿐이다.

“보너스, 아니면 복직이에요. 둘 다는 안 돼요.”

결정권을 가진 자는 매출액의 숫자와 시스템의 효율을 고민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자들이 지닌 ‘인간’으로서의 얼굴, 양심의 가책이며 갈등으로 무거운 마음을 일일이 마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화가 흘러가는 가운데 산드라가 휴직을 했던 이유가 심각한 우울증이었음이 차츰 드러난다. 마음의 병은 단번에 회복되지 않기에, 지지해 주겠다는 동료를 만나고 돌아서면서 기쁨의 미소를 짓다가도, 냉정하게 대하거나 반목하는 동료들을 대하고 돌아와서는 신경안정제를 입에 털어 넣으며 다시 무너져 내린다. 남편이나 친한 동료들이 그냥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산드라를 기어이 설득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지금의 이 시간을 견디고 맞서는 일이 그저 복직을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기나긴 우울의 끝에서 무력하게 주저앉지 않는 일, 내일의 삶을 놓치지 않는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의 두 번째 투표 결과, 산드라를 지지하는 표는 결국 과반수를 넘지 못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에게 투표한 동료들에게 하나하나 고마움을 표하고 돌아서는데, 사장이 그녀를 부른다.

“표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직원 간 감정 해소를 위해서 보너스도 주고 복직도 하게 해주려고요. 9월 말에 끝나는 계약직 대신 당신이 일하게 해 줄게요.”

“남을 해고시키고 복직할 순 없어요.”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안 하는 거예요.”

“같은 거죠.”

산드라는 선심 쓰듯 제안하는 사장의 말을 담담히 거절하고 회사의 문을 나선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해 미소 띤 얼굴로 결과를 알린다.

“여보,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이틀간 산드라가 해낸 싸움의 결과는 승리일까, 패배일까. 교묘하게 얼굴을 숨긴 채로 노동자들이 서로 반목하고 양심의 가책 속에 고통 받게 만드는 자본의 시스템은 단 한 번, 단 한 사람의 투쟁으로는 전혀 변하지 않으니, 이것은 ‘패배’일까. 이제 다시 일을 찾아야 하는 산드라는 여전히 변두리 지역의 하층 계급 여성 노동자이다. 언제 다시 ‘누구라도 당신을 대체할 수 있다’며 해고 통지를 받을지 모르고, 일이나 육아, 또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우울증의 나락에 빠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산드라는 그토록 고통스런 이틀간의 여정을 결국 통과했고,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얻었다. 비록 어떤 순간 그냥 복직을, 혹은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었을지라도, 결코 다른 동료를 원망하거나 누군가가 밀려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나’를 버리지 않고 얻은 승리, 이러한 ‘인간됨’얼굴 없는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또 다시 힘겨운 날이 오더라도 삶에 오롯이 남은 이러한 경험이 그녀를 버티게 할 것이다. 문을 나서며 뿌듯함으로 얼굴을 가득 채운 그녀에게, 어쩌면 이전보다는 조금 더 할 만한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묵묵히 그 뒷모습을 따라가는 카메라처럼, 그녀를 지켜봐주고 따뜻하게 지지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 또한 존재하므로.


원제 ‘Deux jours, une nuit’, 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감독, 2014년도 작품
글쓴이. 조지혜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 기획협력팀장)
주요 키워드
여성노동